분만일지 2일차

작성: 2021-08-23 08:07:00
수정: 2023-09-22 21:20:04
오구사십오

아내는 밤새 잠들지 못하였다. 자정부터 금식이기도 했고 질정제로 인해 배에 슬슬 진통이 오기 시작해서인지 계속 잠을 못잤다. 중간중간 깨기도 했지만 새벽 세시쯤 돼서 나도 잠에서 깨서 아내를 돌보았는데,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다섯시 경 아직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여섯시 쯤 되어서 유도분만 촉진제를 넣기 시작했다. 일곱시쯤에는 2cm정도 열렸다.

촉진제 투여량을 40ml/h 에서 80ml/h로 두배로 늘렸다. 주기적으로 진통이 왔다. 2분 주기였다.

아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모니터링에 좋지 않다 하여 간호사 분들이 가끔 오셔서 아이를 깨우고 가셨다. 나도 아이가 잠들지 않게 작게 노래를 불러줬다.

8시7분 무통주사를 맞기 위해 등에 바늘을 꼽았다. 지금 바로 무통주사를 놓는 것이 아니고 진통이 강해지고 자궁문이 4cm정도는 되었을 때 놓아주신다고 한다.

아내는 오늘 금식이라 식사가 나오지 않았는데 덩달아 보호자 식사도 나오지 않아 편의점에 다녀왔다. 간단한 먹을거리와 항히스타민제를 구입했다. 어젯밤에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두드러기가 많이 올라와서 걱정되어 구입했다.

촉진제가 투여되기 시작한 지 다섯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에 아내의 진통이 조금 더 강해졌다. 나는 내진을 요청했는데 아직도 자궁문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과롭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오후 두시경 양수가 터졌다. 내진해 보니 아직 자궁문이 더 열리지는 않아서 매트만 교체하고 지켜보았다. 아내의 진통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진통은 더 심해지는데 문은 3~4cm만 열려있어 진행이 더뎠다. 아내는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벌벌 떨고 나는 계속 통증이 있는 허리와 골반을 마사지 해주었다.

오후 네시쯤 무통주사를 놓았다. 아내의 통증은 조금 줄어들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진통이 올때마다 몸을 떨고 나는 계속 마사지를 해주어야 했다.

네시 사십분경 교수님이 오셨다. 오늘은 늦었으니 촉진제 사용을 중단하고 내일 다시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아내에게 투여되던 촉진제는 중단되었고, 간호사님이 저녁식사를 할지 물어보셨다. 오늘 하루종일 금식을 해서 이것만 먹고 내일 일정을 위해 바로 또 금식을 해야 한다고 하여 석식을 신청했다. 그런데 정작 밥이 나와도 아내의 진통이 줄지 않아 먹을 수 없었다. 남은 밥은 내가 먹었다.  나도 오늘 하루종일 굶고 아내 마사지를 하다보니 몸에기운이 빠져서 먹어야만 했다.

밥을 돌려보내고 다시 진통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옆으로 누워 몸을 떨고 나는 계속 아픈 부위를 마사지 했다. 온몸이 땀에 젖었다.

오후 여덟시경 아내가 진통이 점점 강해져 괴로워 하여 무통주사를 요청하여 맞았다. 아내의 진통이 줄어드는 듯 하였으나 골반과 허리 통증은 여전하여 계속 미사지 해 주었다. 나도 아내도 힘들고 지쳐갔다. 나는 아내의 진통이 가라앉는 것 같으면 쪽잠을 자고 진통이 다시 오면 마사지 하고 반복하였다.

아홉시경 아내가 진통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좀전까지와는 진통의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알렸고 진단결과 6~7cm정도 열렸다는 말을 들었다. 이윽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여러명이 들어와 배에 힘 주는 법을 아내에게 훈련시켰다. 이 와중에 아기의 머리카락이 보인다고 한다.

몇번을 힘주게 하더니 이제 아내를 분만장으로 데려가셨다. 나는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근처에서 서서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설탕이의 울음소리였다.

나는 신기했다. 저 소리가 설탕이의 목소리가 맞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아기 울음소리는 금방 조용해졌다. 그리고 분만장에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담겨 나왔다. 그때까지는 나는 그게 인큐베이터 인지도 잘 몰랐다. 간호사분이 나에게 따라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따라가게 되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분으로부터 듣기로 아기가 주수 대비 가벼운 편(2.97kg)이라 일단 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거라는 설명을 해 주셨다. 필요한 서류와 안내를 전달받고 여기저기 서명했다. 그리고 당직의사 선생님이 나와서 진행될 검사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가셨다.

나는 분만대기실에 돌아와 신생아 중환자실에 전달할 기저귀와 물티슈를 가지고 다시 신생아실을 찾았다. 물건을 건네고 설탕이를 면회할 수 있었다. 간호사분이 설탕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계셨다. 잠깐 콜록댔지만 그래도 적당히 잘 먹는 것 같았다. 손가락 발가락도 살펴보고 머리카락도 보고 신기했다. 아쉽게도 촬영은 금지되어있어 면회만 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분만대기실에 돌아오니 아내가 와 있었다. 평온해 보였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아기 사진을 보내줬다. 귀욥다. 우리 아기다. 나와 아내는 여기저기 이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인스타에도 올리고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다.

자정이 넘어서 잠이들었다. 온몸이 땀에 절어있었고 꿀잠을 잤다.

 

원문: https://ogu45.com/zbxe/diary/85631

작성일시: 210823 08:07

유익했다면 후원해 주세요